본문 바로가기
  • 기랑의 백지 채우기
  • 기랑의 백지 채우기
  • 기랑의 백지 채우기
단상과 잡담

진중권과 나는 꼼수다 팬들의 싸움

by kirang 2012. 1. 10.

최근 트위터상에서 진중권과 나는 꼼수다의 팬들이 싸움을 벌인 모양이다.

그 와중에 현재 감옥에 갖힌 정봉주 재판과 BBK 문제에 대해서도 논쟁이 발생하였다. 험한 소리도 오가고 감정도 상하고 있는 것 같은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진중권 쪽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꼼수의 팬들은 철저하게 BBK의 실소유주가 이명박이고, 그가 주가 조작을 일으킨 게 확실하다는 전제하에 주장을 펼치고 있다. 어떤 현상이나 상황을 분석할 때에 주의해야 하는 게 있는데, 그것은 '본인의 바람''실제의 사실'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꼼수 팬들의 마음에는 'BBK의 실소유주가 이명박이고, 그가 주가 조작을 일으킨 게 사실'이었으면 좋겠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러는 편이 이명박이 '나쁜 놈'이라는 본인의 판단과 잘 부합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중에라도 이명박을 감옥에 처넣기 위해서는 그가 범죄를 저지른게 사실인 편이 훨씬 좋다.

이에 대해 진중권은 이명박이 BBK의 실소유주인 것은 맞는 것 같지만, 주가 조작에는 간여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발언하였다. 당시 이명박은 정치계로 복귀할 생각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기 때문에 주가 조작을 주도할 정도로 대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실제와 부합하는지와는 별개로 하나의 논리로서 성립 가능하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나꼼수 팬들은 진중권이 말싸움에서 이기려고 이명박을 옹호하고 있다고까지 주장한다.

사실 BBK의 실소유주가 이명박인가, 그리고 주가 조작에 이명박이 직접적으로 개입하였는가의 문제는 둘 다 불확실하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으로 보면 이명박이 스스로 '내가 BBK를 만들었고, 주인이다'라고 떠들고 다닌 것은 맞다. 명함도 있고, 동영상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이명박이 BBK의 실소유자임을 증명하는 명백한 증거는 될 수 없다. 우리가 다루는 대상이 다른 사람 아닌 이명박이기 때문에. 동영상에서 이명박이 자기 입으로 BBK가 자기 것이라고 말하였는데 어째서 믿지 않느냐고 말한다면 이렇게 대답할 수 있겠다.

"아니, 이명박이 하는 말을 믿으세요?"

이명박이라는 인간은 워낙에 떠벌이이고, 허풍쟁이이기 때문에, BBK가 자기 것이라고 한 발언 자체가 거짓말일 수 있다. 그간 하는 짓을 지켜보면 이명박은 자기 자랑을 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다. 뭐든 좋아보이는 것, 있어 보이는 것, 잘난 체 할 수 있는 것은 죄다 숟가락을 얹고 본인과 연관시킨다. 즉, 설령 BBK가 자기 것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자기 것인 양 슬쩍슬쩍 흘리며 다닐 만한 인물이라는 거다. 내가 이해하고 있는 이명박이라면 실제로는 금융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면서, 전문가(로 생각되는 이)에게 모든 것을 맡긴 채 주변 사람들한테는 자신이 '선진 금융기법'의 전문가인 양 허풍을 치면서 다녔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명박이 주가 조작을 주도했다기보다 그 자신도 김경준에게 금융사기를 당한 거라고 볼 여지가 꽤 있다. , 정봉주는 이명박에 대해 범죄를 주도한 '사기꾼'인 것으로 파악하는 입장인 것이고, 진중권은 '바보'로 보는 입장인 것인데, 이게 아직까지는 명쾌하게 밝혀진 것이 아니다. 이처럼 사실 여부가 결론나지 않은 불완전한 상태에서 둘 중 하나로 단정을 짓고 그 위에 다른 논리들을 쌓아 올리는 행위는 위태롭다.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시야에 두고 대상을 유연하게 다루는 편이 옳다.

정봉주가 유죄가 되어 수감된 것에 대해 진중권이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나꼼수 팬들이 크게 분개하였는데, 이 문제는 이렇게 볼 수 있다. 일반 상식이나 정의의 개념과 법리가 정확히 부합하지 않고 미끄러지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어 진중권은 변희재를 '듣보르잡'이라고 부른 것 때문에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해 벌금을 물게 되었다. 나는 이런 문제로 고소를 하는 변희재가 참 치졸하고 조잔한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정의관에 따르면 자칭 논객이라는 자가 논리가 아니라 법을 이용해 상대방의 입을 틀어막으려고 든다는 점에서 혐오스럽고 저질스러운 짓이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법리적 판단으로는 진중권이 벌금을 무는 게 맞을 수도 있는 것이다. 법이라는 게 그렇다. 마찬가지로 정봉주가 이명박에 대해 저격수로서의 역할을 한 것은 정치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라 하더라도 법적으로 따지고 들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지 않고, '진실을 말한 정봉주를 정치 검찰과 타락한 사법부가 이명박의 지시로 부당하게 감옥에 집어 넣었다'고만 단정하는 것은 너무 단순한 이해라고 할 수 있다. 정봉주가 한 이야기가 진실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그의 행위는 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나는 BBK 및 주가조작과 이명박의 관련성을 추궁한 정봉주의 주장에 대해 나름대로 개연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사법부가 이를 명예훼손이나 허위사실 유포로 판단할 수는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