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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 대한 리뷰

책 "서울은 깊다"

by kirang 2012. 2. 3.

전우용 (지은이) | 돌베개 | 2008

역사책이라 하면 흔히 시간순에 따라 고대, 중세, 근대 등으로 시대를 구분하고,  다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주제로 분류하여 서술된 것으로 생각하곤 한다. 실제 수많은 역사책들이 이러한 체제를  취하고 있는데,이는 아마도 역사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러나 체계를 갖추어 이해한다는 것이 진실로 대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를 이해하고자 할 때 그 사람의 키가 몇 센티인지, 몸무게는 몇 킬로그램인지, 몸의 비율은 수치적으로 어떻게 되며, 질병은 어떠한 것이 있는지 등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지식화하는 게 정말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이러한 정보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유용하기도 할 것이고. 하지만 본질과 닿아 있다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그러한 점에서 이 책은 남다른 측면이 있다. 

표지를 넘겨 목차를 살펴보면 각 챕터의 제목들이 눈에 들어온다. '뒷골목', '똥물, 똥개', '무뢰배', '촌뜨기', '복덕방'...... 전문 역사서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단어들이 천연덕스럽게 늘어서 있다. 어딘지 모르게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이런 주제들로 대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뜻밖에도 저자는 책의 제목과 부합하는 '깊숙한 이야기들'을 펼쳐 놓는다. 저자의 박식과 입담에 이끌려 
꼬불꼬불한 이야기의 골목길을  걷다 보면 문득 이것이 '서울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 이야기'임을 깨닫게 된다. 공통의 공간에서, 한편으로는 얽히고, 또 한편으로는 분리된 시간을 살다간 사람들의 무늬가 중첩되어 만들어진 이야기.

이 책이 쏟아 내는 지식과 정보의 양은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그보다도 사라져버린 것들과 남아 있는 것들, 그리고 앞으로 사라질 것들에 대한 애틋함과 성찰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묻어나온다는 점이 돋보인다. 감동이 있는 역사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