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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과 잡담

강용석과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비리의혹' 사건에 대해

by kirang 2012. 2. 23.


강용석이 제기한 박원순 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은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 사건과 관련해 생각해 볼 점을 몇 가지 체크해 보고자 한다.


첫째, 비록 헛발질로 끝났지만 공직자의 비리 가능성에 대한 의혹 제기는 공익에 부합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강용석이 의혹을 제기한 행위 자체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 


둘째, 하지만 강용석은 의혹 수준에서 다루어야 할 사안을 '확정의 범주'에 놓고 다루었다. 또한 박원순의 아들인 박주신의 일상 생활을 촬영해 공개하는 한편, 여자친구의 이름을 공개하는 등 심각한 사생활 침해를 저질렀다. 이 부분에 대해서 비열한 행위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셋째, 몇몇 의사들이 해당 MRI가 도저히 박주신의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 표명을 하여 강용석에게 힘을 실어 준 바 있다. 때문에 최종 결과가 나온 후 이 의사들에 대해 정치적인 발언을 하였다고 공격을 당하고 있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속마음을 전부 알 수야 없으나, 그들은 나름대로 병역비리를 밝혀내는 데 기여하겠다는 순수한 동기에서 개입했을 수도 있다.

의사들의 판단은 강용석이 제시한 '박주신의 키는 173cm이고 몸무게는 63kg'이라는 수치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의사들이 실제 박주신의 신체 수치인 176cm 80.1kg를 인지하였다면 아마도 그렇게까지 확정적인 발언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판단에 사용한 소스 자체가 왜곡된 것이었음을 감안해 줄 필요가 있다.
 

넷째, 강용석의 주장이 철저하게 파탄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박원순 편에 섰던 이들이 논리 싸움에서 승리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당시로서는 강용석의 주장이 완전한 허위라는 근거 또한 딱히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재검을 통해 사실이 명백해질 때까지 두 가지 가능성은 모두 존재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한 쪽 편을 들어 단정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가 있다. '박원순이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는 것은 참고 자료는 될 수 있을지언정 객관적 논거가 되지는 못한다. '강용석이 설마 믿는 구석도 없이 저렇게까지 하겠냐'는 생각도 마찬가지이다.

주변 정황이나 개연성을 바탕으로 어느 쪽이 더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는 정도의 입장을 취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단정적으로 일방의 편을 드는 것은 그냥 정치적 성향의 발현일 뿐이지 논리적 사고의 결과물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짚어 보아야 할 것. 박주신이 재검을 하기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강용석이 공개한 것이 진짜 박주신의 MRI 사진인가, 엉뚱한 다른 사람의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여겨졌다. 설마하니 강용석이 처음 제시한 박주신의 키와 몸무게가 터무니없을 정도로 어긋난 것이었으리라 의심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가장 기초적인 사항에 대한 사실 확인에서부터 소홀함이 있었던 것이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하버드까지 나온' 강용석이 그런 기초적인 것조차 챙기지 못할 정도로 덜 떨어지고 허술한 인간이었다는 게 의외의 복병이었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