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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 대한 리뷰

영화 "라스트 갓파더"

by kirang 2014. 8. 16.

  


2010년 개봉한 심형래 감독, 주연의 영화이다.

스토리는 지극히 평범하고 단순해서 딱히 논평할 것이 없다. 80년대 말~90년대 초에 한창 유행했던 한국 어린이용 영화의 흔적이 보인다. 예를 들면 전유성 감독 심형래 주연의 "칙칙이의 내일은 챰피온" 같은 것이다. 스토리보다는 주인공의 바보 캐릭터와 개인기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고, 주인공의 바보스러움을 전혀 개의치 않는 착하고 예쁜 여자 주인공과 오로지 영화적 갈등을 부여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능적이고 단순한 악당도 등장한다. 

하지만 단순히 때깔만 좋아진 '80년대 말~90년대 초 어린이용 영화'라고 잘라 폄하하기는 어렵다.다른 부분들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각본 작업을 복수의 사람이 했다는 점을 확연히 느낄 수 있는데, 그중 한 사람은 분명 심형래이다. 어떤 부분에 그가 개입했는지는 쉽게 알 수 있다. 그럭저럭 무난하게 흐르던 스토리의 흐름이 덜컥거리는 지점에는 어김없이 심형래의 슬랩스틱 코미디들이 등장한다. 

대부분 약 20년 전 그의 전성기 때 유머들의 재활용인데, 시대에 뒤떨어져 보이고 지루한 느낌을 준다. 나 역시 유머 1번지에서 심형래의 연기를 보면서 자지러지게 웃으며 좋아했던 세대이지만, 지금은 피식하는 정도가 한계였다. 그리고 주연을 맡은 심형래의 연기 질이 굉장히 안 좋다. 어차피 한국에서 건너간 영어 못 하는 캐릭터라고는 하지만 , 20년 전 "영구와 땡칠이" 수준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발연기'이다. 조연들이 꽤 괜찮은 연기를 보여 주는 것과 대비되어서 더 안타까웠다.

평범한 서양 코미디 영화 중간 중간에 영구라는 이질적인 존재를 억지로 쑤셔 넣은 듯한 느낌이다. 겉도는 영구 캐릭터를 빼 버리고 적당한 바보 캐릭터를 하나 창조해 그 자리에 넣었다면 나름 말끔한 코미디 영화가 나왔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감독이든 주연이든 결국 심형래가 이 영화의 구멍이라는 이야기.

덧붙임 :

 1. 특별 출연한 원더걸스,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어떤 인맥을 타고 이런 영화에까지 출연하게 되었는지.

 2. 희대의 괴작인 "맨데이트"보다는 그래도 "라스트 갓 파더"가 낫다. 제작비 대비 질이라는 측면으로 따지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3. 내가 간 극장에서의 경험을 통해 보면 어린애들한테만큼은 확실히 심형래식 유머가 통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애들 데리고 가서 보기엔 중간에 '카섹스 유머'가 한번 나와서 좀 그렇다. 이 부분은 심형래가 아니라 다른 각본가가 작업한 것 같은데, 아동 영화스러운 이 영화의 전체적인 톤과는 따로 놀지만 그나마 웃겨서 최종 버전에 남겨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