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기랑의 백지 채우기
  • 기랑의 백지 채우기
  • 기랑의 백지 채우기
모든 것에 대한 리뷰

음식 "논밭골 왕갈비탕"(서울특별시 관악구 봉천동)

by kirang 2015. 6. 25.

  내가 탁월한 미각의 소유자인 것도 아닌만큼, 음식에 대한 리뷰를 쓰는 게 적절한가 하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음식 리뷰를 가장한 온갖 광고 찌라시들이 넷상에 판을 치는 세상에 내용은 조악하더라도 광고와 무관한 솔직한 음식 리뷰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 글을 올린다.

  논밭골 왕갈비탕집에 대한 소문을 듣고 마침 집에서 멀지도 않은 곳이니 한번 들러보자는 생각으로 방문하였다. 평소 '맛집'이라는 것에 시큰둥한 편이지만, 이 집의 경우는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논밭골 왕갈비탕집이 위치한 곳은 지하철 2호선 서울대학교 입구역에서 봉천역 방향으로 가는 도중에 있는 골목이다. 대로변에 있지는 않지만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찾는 게 어렵지는 않다. 가게 규모도 매우 작고 인테리어는 허름한 동네 음식점 그 자체이다. 가게 안에는 좌식 테이블 7개가 좁게 놓여 있을 뿐이다. 오전 11시에 문을 열어 오후 2시 경까지 장사를 한다고 하는데, 손님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곳이다보니 모르는 사람들과의 합석은 당연시된다. 꽤 연식이 있는 맛집이라 그런지 손님들의 연령층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가끔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어 찾아온 듯이 보이는 젊은이들이 눈에 띄는 정도이다.

  밖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줄은 합리적이지 않다. 이름을 적거나 번호표를 나누어 주는 게 아니라 온 순서대로 대충 서는데, 낮이라 햇볕이 강하다 보니 먼저 온 사람들이 근처 건물 입구의 그늘로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줄이 좀 뒤죽박죽이다. 내가 처음 방문했을 때는 시각이 평일 11시 40분쯤이었는데, 뙤약볕 아래에서 20~30분 정도 기다린 후에야 음식점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연인들이 데이트 코스로 가기에는 좋지 않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생판 모르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합석해서 얼굴 마주 보며 먹어야 한다는 게 좀 치명적이다.

  자리를 잡고 앉으면 김치와 부추, 자르지 않은 깍두기 무 등의 밑반찬이 깔린다. 왕갈비탕의 가격은 8,000원이다.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니 가위, 집개와 함께 갈비탕이 뚝배기 같은 그릇에 담겨 나오는데, 들어 있는 갈빗대의 수는 7개이다. 이게 이 갈비탕집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다. 고기의 양이 푸짐하다는 것. 체감적으로 일반 갈비탕보다 갈빗살이 3~4배는 더 많은 듯하다. 본격적으로 먹기 전에 가위와 집개를 이용해 갈빗대의 고기를 발라서 자르는데, 7개의 갈빗대에 붙은 고기를 다 발라내고 뚝배기 안에 공기밥을 말아 숟가락으로 뜨면 약간 과장을 보태 갈빗살 반 쌀밥 반인 느낌이다.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호사를 누리는 기분이라 그 만족감이 상당하다.

  갈비탕 국물의 맛이 얼마나 특별한지는 잘 모르겠다. 어차피 갈비 끓여서 만든 국물일텐데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나 싶다. 기호에 따라 다대기나 소금을 첨가해 먹을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을 보면 마치 추어탕 먹듯이 밑반찬으로 나온 부추를 넣어서 먹기도 한다. 그런데 부추에는 양념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이걸 밑반찬으로 먹지 않고 갈비탕에 부어 먹는 게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다.

  고기는 오래 삶아서 그런지 대단히 부드럽다. 일반 식당에서 갈비탕을 시켜 먹으면 고기의 양도 적지만 육질이 질기다는 느낌을 받곤 하는데, 이 집의 갈빗살은 아주 부드럽게 뜯어져 씹는 데 부담이 없다. 노인분들이 많이 찾는 게 그 때문인가 싶기도 하다.

  흠을 잡자면 고기 비중이 높다보니 약간 기름진 감이 있다는 것 정도? 중간부터라도 다대기를 넣어서 먹는 것을 추천한다. 나 같은 경우 두번 째 방문 때는 같이 간 지인이 양보한 갈빗살까지 추가해 먹었는데, 결국 배가 불러 남기고 말았다. 가격이 8,00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만한 갈비탕을 내놓는 음식점은 많지 않으리라 여겨진다. 엄청난 미식을 기대하기 보다는 푸짐함을 느끼고 싶을 때 방문하면 좋을 음식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