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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 대한 리뷰

영화 "아는 여자"

by kirang 2014. 8. 20.


2004년 개봉한 장진 감독의 영화이다.

"아는 여자"는 시작부터 끝까지 쉬지않고 싱거운 농담들을 늘어놓는다. 나는 이런 농담을 무척 좋아한다. 폭소가 아니더라도 입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게 만드는 자잘한 농담들. 정재영도, 이나영도 캐릭터를 잘 살린 좋은 연기를 했다.

스토리의 개연성에는 적잖은 문제가 있다. 일단 경찰들이 아무 증거도 없이 주인 없는 집에 들어와 수색을 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도대체 경찰들은 도둑이 정재영의 집에 들렀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장물아비를 잡겠다면서 그 많은 경찰들이 잠복도 안 한 채 우글거리는 것도 말이 안 되고, 직업이 뻔한 정재영을 잡기 위해 야구장으로 찾아가지 않은 것도 말이 안 되고, 정재영이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경찰에 출두하지 않고 경찰들이 우글거리는 자기 집에서 불과 서른 아홉발짝 떨어진 이나영의 집에서 숨어 지내는 것도 말이 안 된다(물론 가장 말이 안 되는 건 이나영 같이 예쁘고 귀여운 스토커의 존재지만. 이건 정말 말이 안돼).

그러나 이 영화의 장르가 코메디임을 잊지 말자. 앞에서의 단점들을 상쇄할만큼 정재영과 이나영의 캐릭터는 매력적이다. 상식을 벗어나는 사고와 행동을 하면서도 악의라고는 보이지 않는 그들에게선 어린아이와 같은 순진함도 묻어난다. 서투른 연애를 하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호감이 생기고, 나사가 빠진 듯한 사랑을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