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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4 13:17 모든 것에 대한 리뷰



  오로라는 이탈리아의 만년필 브랜드이다. 대중적으로는 크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개성 있고 아름다운 펜들을 만드는 회사로 정평이 나 있다. 옵티마는 회사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모델이다.

  클립의 형태는 소위 '오로라의 눈물'이라고 불리는 물방울 형태이다. 다만 모든 오로라 만년필의 클립이 이러한 형태인 것은 아니고, 고급 라인업에 속하는 탈렌툼 이상의 모델에만 이 클립을 채용하고 있다. 저가 라인업은 Y 형태의 클립을 장착하고 있는데, 미적 관점에서 보면 지극히 평범하여 물방울 형태에 비할 바가 못된다. 당연히 상술의 일환이다.

  오로라 만년필의 특징은 '억세다'는 느낌을 줄 정도의 경성 닙이다. 아주 단단하다. 단단한 닙으로 치면 파카의 듀오폴드가 대표적인데, 그것과는 다른 느낌의 단단함이다. 칼로 비유를 하자면 듀오폴드가 묵직한 바스타드 소드의 느낌이라면 옵티마는 날카로운 레이피어의 느낌이랄까. 서양 브랜의 만년필 치고는 글씨가 가늘게 써지는 세필이며, 필기감 역시 사각사각하는 느낌이 강하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오로라 만년필은 길들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또 길들이는 맛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대개의 만년필 브랜드는 플래그십 모델의 닙을 금색과 은색의 투톤으로 장식하곤 한다. 가격대에 맞는 화려하고 멋진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옵티마는 원톤이다. 금색이면 금색, 은색이면 은색 하나의 색깔로 이루어진 닙을 사용한다. 따라서의 닙의 형태는 타 브랜드에 비해 화려한 맛이 덜할 수 있다. 대신 배럴의 색깔이 매우 화려하고 강렬하다. 나는 붉은 색 펜을 가지고 싶은 마음에 보르도 색상을 선택하였지만, 크롬 블루나 골드 블루, 골드 그린 등도 보석을 연상케 할만큼 화려하고 눈길이 가는 색상이다. 물론 튀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검은 색의 기본 모델도 있다.

  잉크 충전은 피스톤 필러 방식인데, 오로라 만년필은 여기에 한 가지 더 재미있는 기능이 있다. '히든 리저브'라고 해서 만년필의 잉크를 다 소진하였을 때 배럴 뒷쪽의 꼭지를 돌리면 숨겨져 있던 잉크를 짜내어 상당량의 필기를 더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기능이라기보다는 잉크가 떨어졌을 때의 대처 팁에 가까워보이는데, 마케팅 측면에서는 꽤 훌륭한 이야기거리가 된다. 어쨌든 다른 만년필 브랜드와의 차별성이 부각되는 것이니까.

  그립 부분 위쪽이 투명한 창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잉크의 잔량을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히든 리저브 기능을 사용할 때는 피스톤이 움직이며 잉크를 짜내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잉크 창 역시 오로라 만년필의 특징적인 외양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내구성 논란을 일으키는 부분이기도 하다. 간혹 이 창 부분이 깨지거나 배럴이 분리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문이 들리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만년필 사용 환경에서는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여겨지나, 잉크창 없는 통짜 형태의 배럴을 가진 만년필들에 비하면 내구성 측면에서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이다. 오로라 만년필은 평생 무료 AS를 표방하고 있으니 문제가 생기면 본사에 수리를 맡기면 된다. 다만 이탈리아까지 보냈다가 돌려 받아야 하기 때문에 몇 달 간은 기다려야 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오로라는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브랜드이니만큼 파카나 몽블랑 같이 누구나 아는 뻔한 선택을 피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브랜드이다. 화려한 배럴의 색깔, 개성 있는 외양을 가지고 있으며, 서양 브랜드 치고는 세필이라는 점도 한자나 한글처럼 획이 많은 글자를 사용하는 동양인들이 사용하기 좋은 점이다. 사각사각하는 느낌의 거친 필기감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추천할 법하다. 반대로 탄성 있고 매끄러운 필기감을 선호하는 사람은 오로라 만년필을 사용하는 것이 스트레스가 될 가능성도 있으니 선택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posted by 기랑 k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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