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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 대한 리뷰

책 "타인의 고통"

by kirang 2015. 5. 15.

수전 손택 (지은이), 이재원 (옮긴이) | 이후 | 2004년

 수전 손택은 다른 이의 고통을 '바라보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사진을 통해, 혹은 TV 화면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본질적으로 내 일이 아니다. 나와는 무관한 머나먼 곳 어디에선가 일어나는 일에 불과하다. 이는 과거에 비해 현대인들의 윤리성이 타락했기 때문이 아니다. 애시당초 우리는 남의 고통을 즐기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고통이 나의 것이 아닐 경우, 우리는 그것을 관조하며 어두침침한 쾌락을 얻는다. 나는 저곳에 있지 않다. 나는 안전하다.

  신체가 부서지고 영혼이 짓밟히는 고통도 그것이 나의 것이 아닐 경우 충분히 미적 감상의 대상물이 될 수 있다. 부서짐의 미학이 작동하는 것이다. 고통받는 이들을 철저히 타자화하면서 우리는 그렇게 변태적인 미감을 즐긴다. 안됐다, 불쌍하다 같은 감정 또한 일종의 감상에 불과하다. 그것은 어쩌면 영화관에서 슬픈 영화를 보며 느끼는 감정과 비슷할 수 있다. 영화관을 나서며 '너무 슬퍼서 좋았어.'라고 내뱉는 것처럼...

* 덧붙임: 책 중간중간에 전쟁 관련한 사진들이 많이 실려 있다. 신체 훼손 사진도 꽤 있으니 이런 것에 민감한 사람은 조심하는 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