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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 대한 리뷰

영화 "버스, 정류장"

by kirang 2014.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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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 개봉한 이미연 감독, 김태우, 김민정 주연의 영화이다.

 "버스, 정류장"은 국문학을 전공한 32살의 학원 강사 재섭과 17살 여고생 소희의 사랑 이야기다. 로맨스물이라고 하기엔 무채색에 가까울만큼 덤덤하고 느릿느릿하지만, 어쨌든 명색이 그렇다.

 두 주인공의 캐릭터에 그다지 깊이가 있지는 못하다. 사회와 어울리지 못하고 '어른이 싫다'는 소리나 내뱉으며 겉도는 재섭이나,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허무주의에 빠져 애늙은이같은 소리를 툭툭 내뱉는 소희나, 실제라기 보다는 '컨셉'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표피적이고 '척'하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가지게 된 것은 다음 장면 때문이다. 불안정한 파트 타임 학원 강사 일을 하고 있는 재섭은 제대로 된 직장을 잡은 동기들과 만나 술을 마시게 된다. 대학교 학창 시절 술자리에서 역사와 철학을 논하면서 친구들에게 컴플렉스까지 안겨줄 정도로 빛나는 모습을 보였던 그가 이제는 가장 별볼일 없는(돈도 못버는) 처지로 전락하여 경멸의 대상이 되었다. 그가 그 자리에서 느끼는 좌절감과 상실감을 절절히 공감하게 된 것은 나 자신이 그와 마찬가지로 인문학도인 탓도 있겠다. 어쨌든 인상적인 장면이다.

소희의 경우는 딱히 색깔 있는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지 못한다. 원조 교제나 갑작스러운 임신 등은 그야말로 자극적인 설정 이상을 넘어서지 못한다. 아쉬운 점이다.

덧붙임

1. "버스, 정류장"의 O.S.T. 를 좋아한다. 영화보다 음악이 빛난다는 평가가 감독 입장에서는 유쾌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루시드 폴이 담당한 O.S.T.의 가치는 영화 자체의 완성도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2. 무명의 윤진서가 엑스트라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