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기랑의 백지 채우기
  • 기랑의 백지 채우기
  • 기랑의 백지 채우기
모든 것에 대한 리뷰

영화 "어떤 나라"

by kirang 2014. 9. 15.


다니엘 고든이 감독한 북한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2005년에 개봉하였다.

영화는 평양시에 살고 있는 13살 박현순과 11살 김송연이 2003년 2~ 9월 기간에 김정일 장군 앞에서 공연할 마스게임을 준비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카메라는 두 아이의 뒤를 따르며 북한 중산층 가정의 생활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 주는 한편, 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사고를 자연스럽게 소개한다. 이 영화는 촬영 당시 북한 당국의 지원을 받았고, 실제 평양에서 상영되기도 하였다. 그 때문인지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멘트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북한 체제를 적극 옹호하는 것도 아니다. 비교적 건조하게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는 북한 사람들을 담아내고 있을 뿐이다.

영화를 통해 본 북한 사회는 당의 통제가 심한 전형적인 전체주의 국가의 모습을 보여 준다. 하지만 구성원들은 의외로 밝고 활달하며, 일상생활에 스며든 예술과 체육은 인상적이다. 누구에게라도 기타나 아코디언을 쥐어주면 그 자리에서 연주를 하고, 스스럼 없이 춤을 춘다. 공동체를 중시하는 이들인지라 가족간의 유대감도 대단히 높다.

개인주의적, 자유주의적 성향을 지닌 사람에게 북한은 견디기 힘든 숨막히는 공간이다. 영화의 주제이자 북한의 자랑인 집단 체조 역시 내 취향과는 맞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펼치는 공연은 장관이며 아름다운 측면도 있다. 하지만 수많은 이들이 장기간에 걸쳐 공연을 준비하는 혹독한 과정을 생각하면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현순과 송연은 영화 내내 장군님 앞에서 공연을 하는 영광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들은 2월부터 9월까지의 긴 기간동안 장군님 앞에서의 공연을 꿈꾸며 힘든 연습을 해왔다. 그러나 그들이 경의를 표하는 장군님은 끝내 공연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소녀들에게 긍지이자 영광이었던 그 자리는 아마도 김정일에게 그저 흔히 볼 수 있는 지루하고 평범한 공연 하나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집단 체조는 북한 사회를 통제하는 주요한 도구로 작용한다. 집단 체조를 통하여 그들은 끊임없이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의식하고 공동체를 위하여 자신들이 봉사해야할 바를 생각한다. 이런 시스템의 사회는 우리에게 매우 낯선 것이며, 어떤 이에게는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러나 어쨌건 우리의 형제 북한은 그런 사회를 만들어냈다. 호오의 감정을 넘어서 이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는 필요하다.

북한을 다루는 매체의 내용은 대개 만든 이의 강한 관점이 개입되어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북한을 좀더 정확히 알고자 한다면 체제 안쪽에 있는 개인의 일상과 삶을 살펴보는 작업도 필요할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러한 것을 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