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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과 잡담

진중권과 나는 꼼수다 팬들의 싸움 2

by kirang 2012. 1. 12.
이번 건과 관련한 진중권의 글
http://blog.daum.net/miraculix/18263870
 

재미있는 게 이번 건과 관련해 여기저기서 진중권은 법을 하나도 모르면서 나댄다는 식으로 비난이 가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죄다 판사, 변호사, 법학과 교수들은 아닐 테고법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은 피차 마찬가지일텐데 말이다. 따지고 보면 판결에 대해 이러저러하게 논평하는 김어준이나 주진우라고 법 전문가는 아니지 않은가. 아니, 무엇보다 애시당초 일이 불거진 것도 우리나라에서 법과 관련해 스페셜리스트인 판사들이 3심까지 거쳐 결정한 사항에 대해 비전문가인 사람들이 문제제기를 한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여하튼 진중권의 말에서 몇 가지 살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우선 법원이 외압을 받아서 정봉주에게 유죄를 선언했다는 주장에 대한 논증이다. 이건 진중권의 지적이 전적으로 맞다. 청와대에서 담당 판사에게 전화를 해서 외압을 주었다는 식의 근거가 제시되지 않는 한 외압설은 무의미하다. 판사의 이력을 보았을 때 줄구장창 청와대에 유리한 판결을 내린 사람이라면 그나마 의혹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경력을 보면 그렇지도 않고.

그렇다면 재판부가 '멍청해서' 혹은 '법을 제대로 몰라서' 정봉주에게 그런 판결을 내렸다고 봐야겠는데, 이것도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다. 정봉주 사건은 3심까지 받은 사건인데, 그런데도 각각의 판사들이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면, 법리적으로 그렇게 판결할만한 근거는 갖추어진 것으로 여겨진다. 적어도 정봉주 건은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판결처럼 도저히 안 되는 걸 억지로 되게 한 것은 아니라고 봐야겠다. 성향이 다른 판사에게 재판을 받았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었겠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그리고 또 한가지, 이것도 진중권이 지적했는데 선거 시 허위사실 유포를 단죄하는 것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중요한 일이라는 점이다. 왜냐면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는 한나라당 애들도 얼마든지 쓸 수 있는 무기이기 때문이다. 대선에서 안철수나 문재인이 그 피해자가 되지 말라는 법 없다. 그 때 가서 '한나라당은 그게 허위였는지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무죄'라는 식으로 대범하게 넘어갈 수 있다면 모를까, 그러지 않다면 정봉주 건에 대해서도 선거에서 이기려고 열심히 하려다가 실수를 했다, 정도로 정리하고 넘어가는 게 좋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BBK 사건. 정권 바뀌면 수사를 다시 하기는 해야 할 것 같다. 대통령 당선자 시절에 있었던 특검 수사는 이명박의 권력이 가장 강했을 때 이루어진 것인만큼 특검 수사팀의 의지나 적극성 면에서 미덥지 못한 면이 있으니까. '죽은 권력'을 수사할 때는 새로운 자료들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고. 다만 'BBK는 분명 이명박의 것이고, 주가 조작을 주도한 것도 이명박이다'라는 식의 단정을 벌써부터 할 필요는 없다. 그건 바람이고, 의혹일 뿐이지 아직 진실로 밝혀진 것은 아니다. 'BBK 주가 조작 사건과 이명박이 무관하다'가 사실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거다. 곽 교육감 사건 때 나꼼수에서 제기되었던 '무죄 추정의 원칙', 이명박도 당연히 그 대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