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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 대한 리뷰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by kirang 2012. 2. 6.


2012년 개봉한 윤종빈 감독의 영화이다.

1980년대의 부산을 배경으로 전직세관원과 조직 폭력배(이하 조폭)들의 이야기다. 영화 포스터를 보면 조폭 두목을 맡은 하정우가 가장 앞쪽 눈에 띄는 자리에서 무리를 이끌고 있고, 최민식은 그 옆에 나란히 선 것인지 살짝 뒤에 선 것인지 애매한 위치에서 걷고 있다. 최민식의 키가 하정우보다 많이 작은 데다 홀론 다른 색깔의 옷을 입어 다른 조폭들과는 구분되는데, 영화의 내용과도 잘 부합하는 사진이라 여겨진다.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 조폭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곽경택 감독의 "친구"와 비교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양자가 소재를 다루는 방식은 많이 다르다. "친구"에서의 조폭은 비장함, 의리, 비극 같은 이미지로 표현되는 데 비해, "범죄와의 전쟁"에서 조폭을 바라보는 시선은 훨씬 냉소적이다. "친구"가 조폭으로 상징되는 권력과 폭력성에 대한 남자들의 선망이 은근히 녹아 있는 영화라면, "범죄와의 전쟁"은 '알량한' 권력을 가지려고 몸부림치는 인간들을 조롱하는 영화이다. 그러나 이 조롱에는 한편으로 연민이 섞여 있기도 하다.

"범죄와의 전쟁"을 아버지 세대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정말 그렇다. 탐욕스럽고, 
윤리 의식도 없고, 속물적이고, 허세가 넘치는 이들. 그러나 인간적으로 전혀 호감이 가지 않는 이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바닥을 박박 기고, 자식만큼은 자신과 달리 상위 계층으로 살게 해주고 싶어 무슨 짓이든 하는 나약한 인간들이기도 하다. 

최민식이 연기한 최익현은 우연한 기회에 조폭계에 발을 담그게 되고, 자신이 가진 인맥을 십분 발휘해 나름대로 인생의 전성시대를 이루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호가호위에 지나지 않는다. 누구보다도 권력을 갈구하지만 으르렁거리는 야수들 사이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공갈뿐이다. 최익현이 툭하면 휘둘러대는 총알 없는 권총은 정확히 그 자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주조연 가리지 않고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가 돋보인다. 특히 조 검사 역을 맡은 곽도원과 조직 2인자인 박창우 역을 맡은 김성균의 인상은 굉장히 강렬하다. 어디에서 이런 사람들이 튀어나왔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