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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 대한 리뷰

정치 '2007년 대통령 선거'

by kirang 2012. 1. 3.


* 이 글은 2007년 대선 직후 쓰여졌다.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를 맞이하며 4년 전의 글을 다시 올려본다.

 
이번 대선 결과는 상당히 불쾌한 면이 있다. 내 정치 성향상 
한나라당의 누가 되었어도 불편한 기분이 들었겠지만, 특히 그간의 언사를 통해 교양과는 담을 쌓은 것이 '명백'한 데다 지나가는 발자국마다 썩은내가 풀풀 풍기는 이명박이 당선자라는 점은 불편함을 넘어 불쾌감을 자아낸다. 이런 캐릭터를 '보수의 대표'라고 내세우고, 또 이겼다고 희희낙락하는 자존심 없는 한국 보수의 처참한 몰골을 보는 것도 한심한 기분이다.
 
  여하튼 이런 불쾌감과 별도로 이번 정권 교체가 지니는 나름의 의미를 짚어 보자면, 일단 책임 정치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이명박과 정동영의 압도적인 표차는 노무현 정권의 정책에 대한 서민들의 분노가 얼마나 컸는가를 말해준다(이명박 지지층은 여러 집단으로 나누어 분석해야 하겠지만 이 글에서는 일단 서민층에 집중해 논한다).  많은 이들이 노무현 정부의 거시 경제지표들을 꺼내 보이며 경제 때문에 욕먹는 것에 대해 억울함을 표하기도 하였지만, 바로 그 거시경제지표에 매달린 것이야말로 노무현 정부의 최대 실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무리 잘 빠진 경제지표 들먹여 보아야 얼어붙은 내수시장에서 온몸으로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서민들의 성난 마음이 무마될 리 없다.
 
  정동영은 토론회에서 앞으로 열심히 일자리도 만들고, 중소기업도 육성하고, 서민 경제도 확실히 살리겠다고 하였지만, 그렇게 뻔히 알고 있는 것들을 정권을 잡고 있던 시절에는 왜 안 한 것인가. 노무현 정권이 분노를 산 것은 그동안 거시 경제지표에 연연하며 서민 경제를 철저하게 외면한 결과이다. 기존 정권의 정책에 분노하고 이를 정권 교체로 연결시켜 책임을 묻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매우 당연한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명박이냐는 탄식이 있다. 실제로 이명박이 내세우는 경제 정책이라는 게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은 성격의 것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는 것들이다. 노동시장 유연화(비정규직 문제 확대), 작은 정부 운영을 통한 대국민 서비스 축소(복지혜택의 축소), 부동산을 이용한 경기 부양(집값 상승) 등등. 때문에 이명박으로의 선택은 퇴행적이다. 이거야말로 양념통닭이 맵다고 불닭을 시키는 격이고, 추어탕이 징그럽다고 뱀탕을 먹겠다는 격이다.
 
  그러나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명박을 찍은 이들도 지금 서민 경제가 무척 어려워 사회적 불안정성이 극대화되었고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명박 지지연설을 나온 '이 시대의 대표 백수' 이영민군이 자신의 입으로 직접 확인해 준 사항. 비록 자신이 지금 몸에 기름을 붓고 불속에 뛰어들고 있다는 걸 인지할 지적 능력은 없지만, 불이 났다는 것, 즉, 지금 무언가가 잘못되어 있고 어떻게든 그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만큼은 명확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번 대선의 결과는 사회적 약자에 무심하였던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심판이자 '나 좀 살아야겠다'는 서민층의 격렬하고도 맹목적인 움직임이다. 정치적 지식이 없어 선택지는 잘못 골랐을지언정 움직임이 보였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긍정적인 현상이다. 차기 정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니까. 만약 이명박 정권에서의 삶이 노무현 정권에서의 삶과 차이가 없거나, 혹은 더 힘들어진다면 서민들은 다시 생각의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그 시기는 우리나라에 부재하다고 일컬어지는 '계급 의식'의 형성 시기가 될 수도 있고, 어쩌면 진짜 좌파 세력이 기회를 얻는 시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이명박 정권이 머리가 있다면 차기 정권 창출을 위해서라도 서민 경제를 무시한 노무현 정권의 실책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눈에는 한없이 어리석어 보였던 서민들의 선택이 반드시 틀린 것은 아닌 게 된다. 과연 어떨지 한 번 지켜보도록 하자.
2007년 12월 겨울

*추신 
  2012년 1월 현재. 그 동안 지켜본 결과 이명박 정권은 머리가 없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