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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 대한 리뷰

책 "아서왕 궁전의 코네티컷 양키"

by kirang 2012. 3. 4.


 마크 트웨인 (지은이) | 김영선 (옮긴이) | 시공사 | 2010

마크 트웨인 표 독설의 정수를 모아놓은 듯 한 작품이다. 
19세기 유물론자의 눈에 비친 전설 속 ‘원탁의 기사들’은 하나같이 멍청한 데다 게으르고 거짓말까지 밥 먹듯이 하는 한심한 족속들이다.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아무리 가르쳐줘도 당최 말이 안통하는 멍청한 인간들’에 대한 냉소와 그들에 의해 도래하는 퇴행에 대한 우울한 예견이다. 마크 트웨인은 시대를 앞서가는 똑똑한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중요한 사회적 문제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이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조롱한다. 


근대적 지식을 가지고 있는 양키는 중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단순하고 저차원적인 사고 구조를 개조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기도 했지만 결국엔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좌절하고 만다. 탄식이 나올 일이지만, 아무리 가르치고 설득을 해도 당사자들이 못 받아들이겠다는 데 어쩔 것인가. 
비이성, 비합리성으로 대표되는 중세 의식구조에 대한 비판으로 보이지만, 근대정신의 화신인 양키가 숭배해 마지않는 '이성'과 '합리성'의 한계도 명백하게 드러난다. 양키의 방식은 독선적이고, 주입적이다. 그는 사회와 인간을 개조하려고 하지만, 그것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이 소설은 중세의 의식구조뿐 아니라 근대의 의식구조까지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방위로 날을 세우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사실 마크 트웨인 본인도 명쾌한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거봐, 안 되잖아. 될 리가 없지' 하면서 툴툴거릴 뿐. 하지만 책의 내용은 재치와 유머가 넘친다. 배를 잡고 낄낄거리게 만드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100년 후에까지 먹히는 유머라면 인정해 주어야 할 재능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마크 트웨인의 감각, 인정할 수밖에 없다. 

통상적인 시간 여행류 소설이라면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시간 이동의 방식이나 이론적 배경에 대해서 그야말로 '대충' 처리하고 있는데, 그 부분이 중요한 소설도 아니고, 실제로 크게 거슬리지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