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노트77 역사 창작물의 유형과 역사 왜곡의 조건 인류가 수천년 간 경험한 역사는 우리가 즐기는 이야기를 창조하는 데 많은 영감을 준다. 최근 역사 드라마와 관련해 발생한 '역사왜곡' 논란도 있었기에, 역사를 활용한 창작물의 유형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1. 충실한 재현물 역사적 고증에 충실하며 사실의 재현과 복원을 중시하는 유형이다. MBC에서 방영한 바 있는 "제○공화국" 시리즈를 비롯하여 "조선왕조 500년" 시리즈 같은 정통 사극이 이 유형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유형 콘텐츠의 핵심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된 대상을 눈 앞에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데서 오는 즐거움이다. 서양의 중세 역사 매니아라면 당시의 갑옷과 무기, 전투 방식 등을 최대한 사실과 가깝게 복원하는 데 집착을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매니아.. 2021. 4. 19. "조선구마사" 의주 기생집의 중국 음식과 장소성 "조선구마사" 폐지 문제와 관련해 팟캐스트 녹음을 하게 되었다. 이 사건의 추이를 체크하기 위해 구글링을 하던 도중 나무위키에 관련 항목이 만들어진 것을 파악하였다. 2021년 4월 초 기준 해당 항목의 서술은 "조선구마사"에 부정적인 기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작품이 판타지 사극이라는 핑계를 무기삼아 노골적으로 문화공정을 하는 정황이 파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커뮤니티에서도 이런 식으로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물타기를 시도하는 정황이 나오고 있다."(나무위키, 조선구마사 항목, 8.2 조기 조영 이후) 이러한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나무위키 작성자의 주장과 달리 '문화공정을 하는 정황'은 전혀 파악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있을 수 있으나, "조선구마사"가 중국에 의.. 2021. 4. 12. 드라마 "조선구마사"는 역사를 왜곡했나 SBS가 제작한 판타지 사극 "조선구마사"가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에 따른 기업들의 투자 철회로 2회 만에 조기종영하였다. 이 드라마는 원래 16부작으로 기획되었고, 32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되었다고 한다. 그간 종편과 케이블 TV에 영향력이 잠식되고 있던 지상파 방송국으로서는 나름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젝트였던 셈인데, 예상치 못한 사태에 맞닥뜨리며 허무하게 좌초되고 말았다. 이번 사건의 전개 과정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다음 두 가지다. 첫째, 드라마에 대한 비판의 가장 큰 명분이 '역사왜곡'이라는 점이다. 둘째, 중국 및 중국 문화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 내지는 혐오감이 강렬하게 표출되었다는 점이다.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논란이 되었던 사안들을 살펴보며 나름의 생각을 제시할까 한다. 많은 이들이 “.. 2021. 3. 28. 설민석의 사과문에서 짚어야 할 점 "저는 2010년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역사교육과 석사 논문으로 제출한 를 작성함에 있어 연구를 게을리하고, 다른 논문들을 참고 하는 과정에서 인용과 각주 표기를 소홀히 하였음을 인정합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저의 과오입니다. 교육자로서,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안일한 태도로 임한 점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립니다." 설민석이 자신의 석사 논문 표절을 인정하며 페이스북에 올린 사과문이다. 어떤 언론 기사에서는 잘못을 깔끔하게 인정하고 물러났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런데 확실히 짚어야 할 부분이 하나 있다. 설민석은 사과문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저의 과오"라는 표현을 하였지만, 사실 이 사과문의 행간에는 자기 변명이 엄청나게 많이 묻어 있다. 설민석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연구를 게을리하고", ".. 2020. 12. 30. 이전 1 2 3 4 5 ··· 20 다음 more